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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 VS 이랜드
 : 
일시 : 포천종합운동장
장소 : 2017.03.29(수) 15:00
 
    포천 : 이랜드
    양주2 : 3포천
    포천2 : 1이천 (1)
    몰디브2(4) : 2(2)포천 (2)
    방글라데시1 : 2포천 (6)
 
 
작성일 : 13-09-03 15:55
포천 선수들에게 선물 받은 고양 팬 이야기[김현회 칼럼]
 글쓴이 : 축구단
조회 : 20,628  
   http://sports.news.nate.com/view/20130903n02382 [4403]
지난달 31일 고양시민축구단과 포천시민축구단의 챌린저스리그 24라운드가 열린 고양 별무리운동장. 이 경기에서 5-1 대승을 거두고 남은 경기에 상관없이 자력으로 리그 통합우승을 확정지은 포천 선수들은 우승을 확정지은 뒤 곧바로 관중석의 누군가에게 달려갔다. 하지만 그들이 향한 곳은 포천 팬 앞이 아닌 고양 팬 앞이었다. 포천 선수들은 물론 코치진, 구단 프런트까지 모두 함께 고개 숙여 인사를 하자 이번에는 고양 팬이 박수를 보내며 축하 인사를 했다. 그 어떤 축구 경기에서도 볼 수 없는 이 황당한 사건이 일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껏 내가 과거에 소개한 두 칼럼에 그 힌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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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 팬 라대관 씨가 지난 4월 열린 포천과의 원정경기에서 고인에 대한 추모 걸개를 내걸고 응원하는 모습. (사진=포천시민축구단)

故이수식 감독과 한 명의 고양 팬

올 1월 31일 포천을 이끌던 이수식 감독이 안타깝게도 49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현역 시절 그리 촉망받는 선수는 아니었지만 지도자로 포천을 이끌고 챌린저스리그에서 위대한 도전을 펼쳤다. 2011년 FA컵에서 고려대와 동국대를 격파하고 K리그 빅클럽 수원과 당당히 맞서던 이수식 감독의 축구는 감동 그 자체였다. 2012년에는 챌린저스리그 27경기에서 101골을 넣어 한 시즌 최다 득점 기록을 세웠고 최다승과 최소패까지 일궈내는 등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다. 하지만 결국 이수식 감독은 새로운 시즌을 앞두고 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나는 이 이야기를 당시 한 차례 칼럼으로 다뤘었다. (→당시 칼럼 보기)

그리고 또 하나의 칼럼이 있었다. 챌린저스리그 고양의 서포터스 라대관 씨에 관한 이야기였다. 내셔널리그 고양국민은행 팬이었던 그는 이 팀이 K리그 승격거부를 한 뒤 대부분 경기를 홀로 지켜보며 고양시민구단을 응원하고 있다. 비록 그 누구도 그를 주목하지는 않지만 라대관 씨는 고양의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그 어떤 원정경기도 마다하지 않고 달려간다. 걸개를 직접 만들어 가방에 넣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전국을 돌아다닌다. 혼자 원정 응원까지 떠나다보니 선수들과도 무척 친근하지만 그는 절대 선수들을 사적인 자리에서 만나거나 따로 연락을 주고 받지 않는다. 그는 고양이 승리를 거두면 홀로 관중석에 서 선수들과 만세 삼창을 한다. (→당시 칼럼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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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 선수들이 우승을 확정지은 뒤 고양 팬 라대관 씨에게 인사하러 다가오는 모습. (사진=포천시민축구단)>

고양 팬에게 인사하러 온 포천 선수들

지난 4월 포천종합운동장에서 포천과 고양이 챌린저스리그 경기를 위해 만났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텅 빈 챌린저스리그 경기장이었지만 라대관 씨는 이날도 고양을 응원하기 위해 다른 팬 한 명과 포천으로 향했다. 그리고 비록 상대팀 감독이었지만 한국 축구를 위해 헌신했던 이수식 감독에 대한 추모의 메시지를 꼭 전달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혼자 “편히 잠드소서. 故이수식 감독님”이라는 걸개를 제작하고 경기장에 내걸었다. 이 모습을 보고 포천 관중이 직접 라대관 씨를 찾아와 음료수를 건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의 이 추모 걸개는 포천 지역 신문에도 소개됐고 포천 구단 차원에서도 SNS를 통해 감사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리고 5개월이 흐른 지금 이 일은 이제 모두의 관심에서 잊혀지게 됐다.

시간이 흐르고 지난 8월 31일 두 팀은 장소를 바꿔 고양에서 경기를 치렀다. 역시 챌린저스리그에서 최약체로 평가받고 있는 고양이 우승을 눈앞에 둔 포천을 상대하기란 무리가 있었다. 대패였다. 고양은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포천에 1-5로 무너졌다. 비록 이날 경기에 한 명의 응원단도 찾아오지 않았지만 포천은 이 승리로 남은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자력으로 리그 통합우승을 확정지었다. 잠시 기쁨을 나눈 포천 선수들과 낙담한 고양 선수들은 서로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다하기 위해 상대팀 감독에게 가 단체로 정중히 인사를 했다. 고양 선수들은 포천 코치진에게 인사를 한 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이날도 홀로 응원에 나선 라대관 씨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관중석으로 다가갔다. 라대관 씨는 비록 대패했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고양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그런데 갑자기 포천 선수들이 라대관 씨가 있는 관중석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한두 명이 아니라 11명의 선수가 그를 향하더니 그 수는 더 늘어났다. 백업 선수와 포천 코치진은 물론 구단 프런트까지 모든 선수단이 라대관 씨 앞에 섰다. 라대관 씨는 어안이 벙벙했다. 그러더니 이들은 라대관 씨에게 허리를 굽혀 정중하게 단체로 인사를 했다. 그리고 포천 주장 전재희가 라대관 씨에게 다가갔다. “지난 번 걸개는 정말 감사했습니다. 저희가 따로 드릴 건 없고 정성을 담아 준비했습니다. 이거라도 받아주세요.” 그가 내민 건 직접 정성스럽게 포천 선수들이 사인한 공이었다. 지난 4월 경기에서 故이수식 감독에 대한 추모 걸개를 걸어준 라대관 씨에게 보내는 감사의 마음이었다. 라대관 씨는 순간 코끝 찡한 감동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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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 주장 전재희가 라대관 씨에게 정성스럽게 준비한 사인볼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포천시민축구단)

추모의 마음, 그리고 이에 대한 고마운 마음

사실 경기 전날부터 포천 선수들은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고인을 이토록 추모해준 이에게 어떻게 고마움을 전할지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커다란 선물을 해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고양 팬에게 포천 유니폼을 전달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직접 선수 한 명 한 명의 사인이 담긴 사인볼을 선물로 주는 것이었다. 이들은 미리 경기 전날 다 같이 모여 이 사인볼을 준비했다. 평소 고양 팬으로서의 자부심이 상당한 라대관 씨도 이 포천 선수들의 사인이 담긴 뜻밖의 선물을 받고는 무척이나 감동했다. 라대관 씨는 이렇게 말했다. “훌륭한 감독을 잃은 상황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뿐인데 이렇게 선물까지 챙겨줘 오히려 제가 감사하죠.”

사실 포천 선수들도 상대팀 서포터스에 대한 인식이 다른 팀 선수들처럼 그다지 좋지 않다. 지난 2009년 챌린저스리그 한 원정경기에서 승리를 따낸 뒤 상대팀 팬들의 도발 때문에 한 차례 기분 상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승리를 거두고 경기장에 남아 회복 훈련을 하려는데 상대팀 팬의 욕설과 폭력적인 행동 때문에 쫓기듯 경기장을 빠져 나가야 했다. 그때부터 이들은 ‘아무리 상대가 도발하더라도 우리는 예의를 다하자’고 다짐했다. 이렇게 늘 상대팀 팬과 마찰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축구 경기에서 고인이 된 상대팀 감독 추모 걸개를 본 선수들은 경기 내내 이 걸개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 따뜻한 마음에 언젠가는 보답하고 싶어 이제는 다 이 일을 잊게 된 5개월이 지나고 나서도 이들은 고마움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아마 故이수식 감독도 하늘에서 이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지 않았을까.

고인이 된 상대팀 감독을 추모하는 마음, 그리고 이런 상대팀 팬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마음. 모두 참 아름답다. 누군가는 축구가 전쟁이라고 하지만 적어도 이들에게 있어 축구는 인생의 가장 큰 즐거움이자 소중함 아닐까. 흔히 서포터스의 폭력적인 행동에 대해 지탄하는 일은 잦지만 이렇게 따뜻하고 아름다운 일도 있다는 걸 많은 이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고양과 포천이 속한 챌린저스리그 경기보다 더 실력이 뛰어난 리그도 이 세상에는 많지만 이렇게 상대에 대해 예의를 다하고 서로 마음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챌린저스리그가 나는 참 좋다. 고양 팬 라대관 씨 집에 고이 보관된 포천 선수들의 사인볼이 참 아이러니하지만 그러면서도 참 흐뭇하다. 세상 어디에도 우리팀과 상대팀 선수는 물론 상대팀 코칭 스태프, 구단 프런트, 백업 선수에게까지 인사를 받는 팬은 라대관 씨밖에 없을 것이다.

footballavenue@nate.com
김현회
前 스포츠서울닷컴 기자
前 풋볼위클리 축구기자
김현회